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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기계식 키보드] 타건 소리를 더 줄여 보자! 키캡 고무링 작업.

지난 번에 글을 썼던, M10GK에 관한 추가글이라고 볼 수 있다. 

기계식 스위치 중 가장 조용하다고 할 수 있는 흑축 스위치지만, 하우징, 보강판, 키캡의 재질과 두께, 모디키의 스테빌라이저 방식에 따라 그 소음의 정도가 같은 축이라고 해도 달라진다. 또한, 흑축이 키압이 다른 축보다는 강한 편이라서 눌렸을 때보다는 손가락에서 떨어져서 올라올 때의 충격음이 들리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다. 


어느 정도의 소음이 있을 수 있는 곳이라면 그냥 썼겠지만, 실험실이 너무 조용하다보니....

민폐인 거 같아서 타건 하는 게 너무 조심스러워 졌다... 가뜩이나 고속 타이핑 스타일에 파워 타건 스타일인데.... 

답답하더라 ㅠ_ㅠ


그래서 기계식 키보드의 소음을 확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일단 멀티 키보드 커버를 사봤다. 


그런데 키스킨의 키높이가 펜타그래프에 써야할 정도로 얕아서, 그냥 먼지 안 끼게 덮어주는 용도로만 쓰기로 결정..... 도저히 키스킨 끼우고는 타이핑을 못하겠더라... 손가락 끝이 너무 걸린다. 


키스킨이 실패하고..... 다른 방식을 찾아봤다. 


흡음재


이건 키보드를 분해해서 보강판 밑에 흡음재를 넣어주는 방식.

주로 싸게 쓰는 건 다이소에서 파는 논슬립 패드를 재단해서 넣는다고 한다. 부직포나 펠트지 같은 걸 넣어도 될 거 같은 느낌이기는 하다. 논슬립 패드는 늘어붙는 게 단점이라고 하니.....

일단 이 방식은 통울림과 보강판의 소리를 잡을 수 있는 건데, 통울림 소리가 들리는 키보드는 아니라고 생각하여 이 방식은 패스. 

일단 키보드를 분리하는 거 자체가 귀찮기도 했다.


그 다음으로 알게 된 방법은 스테빌 윤활 및 슬라이더 윤활


스테빌 윤활은 기본적으로 되어 있는 제품이더라, 슬라이더는 스위치 내부를 열어야 해서 포기. 하우징도 분리하기 싫은데 스위치를 분해하라고? 절대 안될 소리.. 귀찮아. 

그래서 이 방법도 패스.



키캡을 두꺼운 PBT 재질로 바꾸는 것.

그럼 키캡의 울림이 좀 적어진다고 하더라.... 근데 이건 별로 효과가 없을 거 같고. 키캡값이 너무 비싸서 포기. 키캡 한 세트 사면 5만원 정도는 지출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찾은 게 고무링이다.

키캡에 고무링을 끼우면 슬라이더가 끝까지 내려가지 않아서 바닥을 치지 않기 때문에 그 소리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물론, 키감은 좀 먹먹해진다고들 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무리 키감이 안 좋아진다고 한들 멤브레인만 하겠냐" 하는 심정이었다. 그리고 스텝스 컬쳐2에 익숙한 손이라서 대다수 키보드가 채택하고 있는 평편한 키배열은 도저히 못 써먹겠어서 이렇게 하기도 했다.

고무링은 5mm 고무링을 낚시 용품점에서 구매하면 된다고 하길래 오픈마켓에서 300개를 구매했다. 100 개에 2500원 정도. 싸다. 

배송이 금방 오더라. 



많이 사니까. 사은품도 주셨는데... 내가 낚시를 하질 않아서 저걸 쓸 일이 있을까 싶다.

한 봉지에 대략 100개 정도 들어 있다고 한다. 100개보다 덜 들어 있기도 하고 더 들어 있기도 하고.... 나 같아도 저거 귀찮아서 언제 100개씩 세어서 따로 포장하고 있나 싶다.

그냥 나같으면 무게 달아서 포장했을듯.... 



뭐 여튼 저 고무링을 하나하나 이렇게 키캡에 넣어줬다.

풀배열 전체에 하지는 않고 펑션키, 키패드, 방향키, 그 외 잡다한 9개 키 빼고 이렇게 작업을 했다. 얘들은 고속 타이핑할 일이 있는 애들은 아니니까. 


이렇게 하고 나니까 확실히 바닥 치는 소리가 없어져서 좀 더 도각거리는 느낌의 소리로 바뀌고 소음 자체도 줄어들었다. 다만 여전히 슬라이더가 올라오면서 나는 충격음은 못 없앴지만.... 슬라이더가 움직이는 구간이 짧아져서 그런가 그 소리도 꽤 줄어들기는 했다. 

그리고 확실히 키감이 먹먹한 느낌은 든다. 키감은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느낌.


여하간 나름 저렴한 금액으로 기계식 키보드의 소음을 잡은 거 같다. 

나중에 시간이 좀 더 되고 귀차니즘이 줄어들면 키보드를 분해해서 흡음재도 넣어봐야 겠다.

키캡도 바꿔보고 싶기는 하지만... 이건 돈이 너무 드니까 패스.